기분전환과 심신 단련할 겸 주말에 어디 잠깐 다녀올까?
제주도 아니면 가까운 경기도? 고민하던 차에 예산을 생각하니 제주도도 경기도도 최소 50만원은 나올것 같다. 이 돈이면 저가항공 타고 해외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검색해 보니 청도가는 비행기가 10만원 초반이랜다.
좋아. 양꼬치에 맥주라니 그 자체로도 충분하겠어. 주말에 일정있는 주를 피해서 가까운 날을 잡으니 20일 후가 가능했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보니 중국은 비자가 필요하다. 헐.
요새는 2인 이상이면 별지비자라고 해서 3만원대에 저렴한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는데 나는 혼자 가는거라 관광비자 30일짜리를 냈다. 찾아보면 더 저렴한 곳도 있을것 같은데 대충 검색해서 7만원짜리로 맡기고 여행가기 3일전에 비자를 발급 받았다.
제주항공 유류,세금 포함해서 14만원정도, 비자발급비 7만원이 들었다. 한시간 이십분 가는거 치고는 비싼건가 싶기도 한데 비행시간 길어봐야 나만 힘들지. 하는 긍정킹 마인드로 호텔 검색을 했다.
한국에서는 일박에 20정도하는 이비스 체인이 하룻밤에 단돈 2만원도 안된덴다. 대신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버스나 택시 타고 이동한다는데, 중국어 한자 까막눈인 내가 중국에서 버스를 탈 수 있을리 만무하니 그냥 웃돈 주고 시내 한복판에 있는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국돈 호텔이라고, 공항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까르푸 길건너에 있는 시내 호텔로 예약하려는데 여기도 되게 싸다. 조식빼고 저렴한방은 5만원도 안하는것 같은데 나는 클럽 플로어 조식 포함으로 일박에 10만원 정도 주고 예약했다. 웰컴 과일도 매일 주고 빨래도 무료인데다가 방안에서 와이파이 팡팡 잘 터지고 뷰도 좋고 어메니티도 괜춘하니 괜찮았다. 프라자 호텔이랑 비슷한 수준.
제주항공은 이번에 네번째로 타는건데 탈때마다 나름 괜찮았다. 일본 후쿠오카갈때는 삼각김밥도 줬는데 이번에는 생수한잔만 주신다. 컵라면이랑 비빔밥(군대에서 먹는 st.)도 기내에서 팔고 있지만 1시간 20분 비행인지라 밥은 패스하고 졸다가 청도 도착.
공항서 나와서 701번 버스를 타고 7번째 정류장이 까르푸 앞에 도착. 작은 도시인줄 알았는데 나름 발전 많이 한 도시다. 공항서 시내까지 한시간 남짓 걸려 까르푸앞에 내려줬는데 그냥 길가에 그것도 끝차선도 아닌데 막 내려준다. 당황했지만 대륙이 그렇지 생각하며 트렁크 끌고 호텔 체크인.
얼리체크인인데 가능하댄다, 클럽룸이라 되는건지 원래 다 되는건지는 모르겠다. 방은 플라자급, 나름 괜춘. 면세점에서 산것부터 쫙 풀고 사진한방 찍고 이번 여행의 목적 8할은 달성했구나 흡족한 마음으로 놀다가 까르푸에 갔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까르푸 1층에 아지센 라면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여기를 좋아해서(종로에 있다) 종종 갔었다. BBQ 아지센라면 37원짜리 시키고 선불로 돈내고 두입 먹었는데 클리어... 뭐지 이 창렬한 양은? 맛은 한국이랑 똑같다. 중국체인 라멘집인데 일본식으로 잘 만들어서 맛있다. 1층에 베이커리에 커피를 팔길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아이스를 못알아 듣는다. 아이스라고 아이스 옥신각신하는데 내 뒤에 중국인 손님이 빙러? 하니까 아~~ 빙러? 하면서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줬다. 얼음빙...빙...
라면을 흡입하고 까르푸에 올라가 딸기한팩, 달리치약, 청도맥주, 푸딩, 물 이렇게 사고 호텔에 다시 왔다가 샤오미를 사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호텔에 물어보니 까르푸 뒤에 2곳 전자마트가 있다고 거기를 가보랜다. 검색해보니 국돈호텔옆에 양광백화점이라고 있는데 거기도 전자기기를 팔것 같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샤오미는 청도 오프에서 안판다... 거기 다 돌고 양광갔다가 호텔 컨시어지에 물으니 온라인으로만 주문된다고. 부탁한 내동생이나 잘 안찾아본 나나 둘다 모지리들...
샤오미 사려고 10만원더 환전한거 였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이건희 코스프레나 해야 겠다. 그 시간부로 나는 흥청망청 돈을 쓰기 시작했다.
전자상가 가기전에 KFC에서 드래곤 트위스터와 콘샐러드를 흡입했는데 뭔가 맛이 북경오리 맛이다. 먹다보니 안에 파랑 오이랑 까만소스인게 진짜 북경오리 컨셉 트위스터 인듯. 판넬로 광고 모델들이 서있는데 뭔가 낯이 익어보여서 보니 엑소다. 피규어도 주고 그러는데 노관심이라 그냥 패스.
샤오미 쇼핑이 좌절되자 할게 없다. 호텔서 수영이나 할까 하다가 마사지를 받자 싶어 호텔직원이 추천해준 양자라는 곳에 갔다. 운소로 미식가 거리에 있는데 90분짜리 코스에 200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받았는데 아주 좋았다. 중국마사지는 보통 좀 세게 하는 편인데 시원하고 부드럽게 잘해서 개만족.
마사지를 받고 유명한? 식당이라는 대청도교자에 갔다. 남들은 3명이서 궈바로우랑 교자를 시키던데 나는 혼자서 두개 시켜서 반쯤 먹고 포장했다. 느끼했지만 콜라의 힘으로 극뽁. 포장해주세요는 <다바오이시야> 라고 동생이 문자로 보내줬다. 꿔바로우 투박한데 엄청 맛있다. 교자도 육즙이 끝내준다. 역시 만두는 중국.
그 대로 걸어서 5.4광장에 가려고 했는데 칼바람 쩐다. 오늘만 날인가. 동생이 밤에는 중국서 혼자 돌아다니지 말랬다. 국돈 호텔로 다시 컴백.
2일차. 혼자 하는 여행에서 제일 좋은 점은 내 마음대로 자고 내 마음대로 일어날수 있다는 점 아닐까. 조식이 10시까지라서 9시 반에 겨우 눈뜨고 일어나 23층에 있는 식당에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음식은 종류가 많지는 않은데 다 깔끔하고 맛이 있다. 오믈렛도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준다.
밥먹고 나니 또 졸려서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청도 맥주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원래 안가려고 했는데 딱히 뭐 할것도 없고 해서. 컨시어지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5분쯤 지나니 택시가 왔다. 어제 저녁에 시내 한복판에서 택시가 안잡혀서 호텔로 돌아와 부탁하니 직원이 핸드폰으로 콜택시를 불렀다. 요새는 핸드폰 어플로 택시 요청하면 가까운데 있는 기사가 응답하고 태우러 오는 식으로 많이들 택시를 탄다고 한다. 다른 블로그 후기를 보면 택시 잡느라 한시간씩 헤매고 이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호텔에서 가능하면 도움을 요청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청도맥주박물관은 생각보다는 크고 공장을 거의 다 보여주는 방식이다. 꼭 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나쁘지 않다. 중간에 생맥주 한잔 (1.25L)을 주는데 그게 또 꿀맛이다. 총 2잔을 마시고, 청도 맥주잔을 사들고 천주교당으로 고고.
독일지배를 받았다고 하는데 미묘하게 색감이나 건축양식이 포르투갈 느낌이 난다. 정확히는 마카오 스멜. 성당 내부 그림은 필리핀 성당 st. 웨딩사진 핫플레이스라더니 한겨울 영하 한파에 얇은 웨딩 드레스 입고 덜덜 떨며 사진찍는 커플도 보였다.
성당 구경을 하고 다시 마사지 받으러 운소로로 가는데 택시 아저씨가 조금 빙빙 돌아 해변 도로로 달리는데 그게 좋았다. 운치있는 마을도 지나고 해변도 보고 5.4광장도 지나고. 운소로에 사람들이 추천한 오?생 이라는 마사지 가게에 가려고 했는데 문을 닫았다. 그 옆에 있는 오?당?에 가서 받았는데 뭐 괜춘. 가격은 거의 다 200원 안팍이다.
마사지 받다가 나한테 영어로 senior, oil을 한국어로 어떻게 쓰는지 리셉션 직원이 물어봐서 써줬는데... senior는 노인네, oil은 기름이라고 써줬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적합한 단어는 아닌데. 마사지 받다가 아프다고 아야! 하니까 통?하고 묻는다. 음... 통...
마사지받고 근처 해윤호텔에 있다는 홍콩노반점에 갔다. 딤섬집은 다른곳으로 옮겼댄다. 흐미. 근처에 Hisense square로 옮겼다고 걸어가랜다. 워킹 디스탄스라는데 추워서 걷기 싫다고 했더니 너무 가깝다고 그냥 걸으랜다. 아 내가 택시 타겠다는데! 10분쯤 걸어서 하이센스에 갔는데 그 식당이 없다. 혹시나 싶어 샤오미 매장도 찾아봤는데 없고. 여기는 명품을 많이 파는 고급 백화점이라 레스토랑도 꽤나 비싸고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전날 꿔바로우에 튀김만두에 느끼했던지라 딤섬이 좌절되자 에라 모르겠다 일식을 먹기로 했다. 그때 알아챘다... 내 수중에 돈이 얼마 없다는것을...
도대체 뭐에 이렇게 돈을 다쓴건지 이해를 할수가 없다. 중간에 흘리기라도 한걸까. 남은돈은 단돈 165원. 일식집 초밥세트가 130원. 헐... 신용카드도 안된덴다. 아침 조식 먹고 7시간이 지나서 무척 허기져 있었는데 돈이 없다니. 카드만 되면 참치 대뱃살 회를 시켜서 막 먹을 텐데 돈이 없어서 연어 롤과 계란찜으로 극복(93원). 개맛있다.
까르푸까지 10원내고 돌아와서 남은돈 65원으로 달리 치약도 사고 중국차도 사야 한다. 우리집은 고모 아들의 와이프가 사다주는 철관음차를 마시는데 내 발음이 구린지 철관음차는 없댔다. 직원들이 나를 둘러싸고 이것 저것 권하는데 뭐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 저는 중국말 몰라요 라고 한국어,영어로 말해봐야 이 분들 일방적으로 중국어만 한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구를 섭외해서 데려왔는데 조선족 st로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왔다!! 차 종류도 도와주고 신용카드 쓸수 있는지도 가르쳐 주고 여러가지로 도움을 줘서 무척 고마웠다. 어디 지역 분이시냐고 물었더니 청도사람이고 청도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댄다. 다음달에는 중앙대 대학원으로 유학도 간다고. 신기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시 호텔로 ㄱㄱ.
다음날 조식을 먹으려고 6시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하고 조식먹고 공항버스 타고 공학으로 ㄱㄱ. 면세점에서 파는 청도맥주 24캔 한박스를 이고 지고 한국에 무사 도착.
혼자 여행이 좋은건 오롯이 나혼자 느끼고 나혼자 생각하고 여행지 자체의 느낌을 더 섬세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 물론 좋은 동행과 함께 했을때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도 못지 않지만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여행도 참 기억에 남는다.